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에서 흉부외과·소화기내과·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자영업을 하는 서유식(52·가명·서울 영등포구)씨는 한 달 전 가게에서 물건 정리를 하다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숨 쉬기조차 힘들어졌다. 급히 119를 불러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심장초음파, 심장 CT, 심전도검사, 24시간 홀터 검사(24시간 동안 심전도를 체크하는 검사) 등 심장 표준진료지침 절차에 따라 정밀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심장에선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마침 가슴 통증도 사라져 서씨는 귀가를 서둘렀다. 하지만 의료진은 한 번 더 검사를 해 보자고 권했다. 이번엔 위내시경 검사였다. 반신반의하다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말기 위암이었다. 현재 서씨는 항암치료 중이다.
표준진료지침따라 급성 심근경색 가려내
심근경색증은 심장혈관이 혈전(피떡)으로 막혀 심장근육에 피가 공급되는 병이다. 이른 시간 안에 혈액이 다시 돌게 하는 게 최선의 치료다. 그래서 많은 의료기관에서 보다 빠르고, 보다 전문적으로 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치료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응급치료의 성패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을 잘 따르느냐, 아니냐다. 한림대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장 박우정 교수는 “흉통이나 흉부 불쾌감 등을 호소하는 사람 중 실제 급성심근경색증 환자를 가려내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도구가 바로 표준진료지침”이라고 말했다.
표준진료지침이란 심장질환의 원인을 찾아내는 가장 효과적인 검사법을 단계별·상황별로 표준화시킨 시스템을 말한다. 박 교수는 “표준진료지침에 따라 환자를 검사해야 정확한 원인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림대성심병원은 표준진료지침을 도입한 이후 응급실에 흉통으로 환자가 내원해 심장질환으로 진단받고 풍선확장술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66분에서 55분으로 10여 분 단축됐다.
표준진료지침의 세부 과정은 이렇다. 일단 흉통이나 흉부 불쾌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심전도와 심근괴사지표검사(혈액검사)를 즉시 시행한다. ‘명확한 외상(외부 충격으로 인한 상해)에 의한 통증이 아니면 심전도부터 확인한다’는 원칙에 의해서다. 이 검사에서 급성심근경색이 의심되면 바로 응급진료 대기팀 휴대전화에 관련 내용이 전송이 된다. 이후 내원 10분 이내에 담당 전문의에게 알려져 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에 따라 맞춤 시술이 시작된다. 박 교수는 “표준진료지침은 최상의 수술 결과를 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역류성 식도염, 말기 위암·폐암도 가슴 통증
한림대의료원에서는 심장질환이 아니라고 판명된 흉통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장 홍경순 교수는 “예전 심장혈관센터에서는 심장과 관련된 질환만 치료하고 돌려보낼 때가 많았다. 이제는 진료 시스템을 바꿨다. 흉통이 심장질환의 주된 증상이긴 하지만 다른 질환의 원인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근막통증증후군이 대표적이다.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조직이 손상돼 통증이 생긴다. 가슴이 콕콕 찌르는 듯 아파 심장병과 많이 혼동한다.
식도의 위산이 역류하는 역류성식도염도 가슴 통증이 주된 증상이다. 가슴이 화끈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심장병과 혼동하기 쉽다. 암도 지나칠 수 없다. 위암·폐암은 말기에 가슴통증이 나타난다.
한림대의료원에서는 심장 정밀검사를 시행했는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환자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다. 흉통이 유발될 수 있는 다른 원인에 대한 검사까지 권유해 만의 하나 놓칠 수 있는 질병까지 잡아낸다. 이를 위해 흉부외과·소화기내과·정신건강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가 유기적인 협진을 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장 이남호 교수는 “시각을 다투는 심장질환 외에도 다양한 질환으로 흉통이 생길 수 있다”며 “이들 질환까지 정확히 진단해 내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도 심장혈관센터의 주요 임무”라고 말했다.
“심장병 닮은 가슴 통증, 협진으로 가려내”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통증이다. 흉통을 일으키는 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혼동하는 역류성식도염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 우선 심장질환일 때는 가슴이 뻐근하고 쥐어짜듯이 아픈데, 빨리 걸을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체한 듯한 느낌도 든다. 주로 가슴 중앙에서 통증이 시작돼 목·어깨·팔 등으로 전달된다. 물·음식을 먹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호흡곤란·전신무력감·어지러움이 동반되기도 한다.
반면 역류성식도염은 가슴이 쓰라린듯한 느낌이 강하다. 신물도 넘어오고 구역질이 난다. 눕거나 엎드릴 때 복압이 높아지면서 통증이 생기고, 물이나 음식을 먹으면 호전될 때가 많다. 또 심장질환에 의한 흉통은 차가운 날씨·정신적 스트레스·갑작스런 운동 등으로 심해진다면 역류성식도염은 과식·커피·술·기름진 음식 등으로 악화한다.
